독서기록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어 반스
미꼬
2023. 9. 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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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드디어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지 찾기 위해 집중했다. 중간중간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그런데, 책의 끝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제목의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던 연결되지 않았던 모든 고리들이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지만, 마지막에 가서 '아~!'하고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의 기쁨으로 인해 다시 한 번 읽고 싶게 만드는 대단한 책이다.
◇ 독특한 책..
이 책은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독자로 하여금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게 만들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책이다. 또한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의 특유한 필체도 인상적이고, 작가의 지적인 면과 줄리언 반스 특유의 유쾌하고 다소 직설적인 문체가 매우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읽어볼까 말까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 책임의 사슬은 누구의 것..?
이 책의 끝에는 반전이 등장한다. 즉,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사랑이 아닌,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서로 사랑해서 낳은 아들이, 바로 에이드리언인 것이다. 그리고 에이드리언은 토니의 저주대로 장애를 가진 아이로 태어났다.
토니가 몇 년 전에 쓴 편지의 내용 ㅡ '사실 마음 한 켠으론 너희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길 바라고 있어. 이유인즉 내가 시간이 대대손손 이어지며 복수를 가한다는 걸 굳건히 믿는 인간이라 그래. ㅡ 이 딱딱 들어맞았다.
또한 당시 토니가 분에 못이겨 그들(베로니카와 에이드리언)에게 편지한 대로, 모든 것이 토니의 저주대로 척척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에이드리언의 자살, 그리고 베로니카의 어머니 포드와 에이드리언의 자식의 문제가, 토니가 퍼부은 저주 때문일까? 모든 책임을 그 당시 토니의 저주로 돌리는 것이 옳을까?
자신들의 불행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토니의 예감과 저주만을 탓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 기억에 남는 구절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101쪽)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141쪽)
젊을 때는 산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온전한 형태로 기억하는 게 가능하다. 노년에 이르면, 기억은 이리저리 찢기고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돼버린다. 충돌사고 현황을 기록하기 위해 비행기에 탑재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데가 있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테이프는 자체적으로 기록을 지운다. 사고가 생기면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명확히 알 수 있다. 사고가 없으면 인생의 운행일지는 더욱더 불투명해진다. (182,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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