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미꼬 2023. 9. 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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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할아버지 알란 칼손의 요양원 탈출기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500페이지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나 다이나믹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인 알란 칼손의 삶. 

그러나 알란 칼손 본인은 정작 태평하기만 하다.. 

 

# 1 “너무 걱정하지 마. 괜히 고민해봤자 도움이 안돼.
어차피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고, 세상은 살아가게 되어있어.”

알란 칼손의 이런 태평천하 마인드는 그가 삶을 편하게 사는 원동력이다. 그는 자기 자신의 상황을 바꾸려고 피나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어차피 일어날 일에 대해서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다는 식의, 어쩌면 굉장히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자세를 가진 사람이다.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굉장히 편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이 든지 말이다. 이는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 오늘도, 지금도 수고하면서 공부하고 힘든 직장에 나가서 일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알란 칼손의 태평천하 마인드는 어디서 나올 수 있었던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그는 '인생' 앞에서 굉장히 겸손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즉 사람이 자신의 일을 아무리 계획해도 그 길대로 나아가고 말고는 자신의 영역 밖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그가 매우 겸손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알란 칼손에게는 허락된 명(命)이 참 길었던 것 같다. 그 갖은 일들을 겪으면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수많은 위협 속에서 목숨을 부지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가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태연한 태도가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2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
그러니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 알 방법은 없다.”
 

이 책을 읽어보면 '나비효과'의 진상을 알 수 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한 작은 행동 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이 책은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의도치 않은 행동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날아가는 장면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는 인간인지라 우리 앞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단 1초도 예상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무서울 정도로 직접적이고도 꾸밈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작가 역시 이런 부정할 수 없는 팩트를 독자에게 충격적으로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했던 작은 행동들, 실수들, 혹은 잘했다고 생각한 행동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죽음의 계기, 혹은 구사일생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신선했다. 

우리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 지 아는 것은 '신'밖에 없기에, 이 소설은 인간의 한계와 그 무능력함을 보여주면서도, 그 한계와 무능력함이 가져오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 변화에 대해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 3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릴 것.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알란 칼손은 술을 매우 즐기는 노인이다. 아니 사람이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술을 매우 즐겼으니까.  

그리고 그는 삶을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삶이 조금 지루해진다 싶으면 그는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났고, 그 발걸음에는 어떠한 주저함도 없었다. 그의 진정한 가치관은 물질에 있지 않았다. 그저 그 자신의 즐거운 삶, 그 당시 자신의 기분과 순간적 판단에 의존하는 삶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 소중한 순간은 "그 자신이 지금 이 순간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그에게 있어 미래 혹은 과거는 중요치 않았다. 그는 그 순간의 즐거운 삶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계획했고 또 일을 추진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온 소중한 순간들을 마음껏 누렸다. 그것이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법, 혹은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일 수 있지만 그러든 말든, 그는 그 자신만의 삶을 즐겼다.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그의 행동을 꼴불견스럽고, 방탕하다고 보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그는 그가 지켜야 할 도를 넘으면서 그 순간을 즐기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는 여유 그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고, 또 그 삶이 어떤 순간이든 누리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그가 수용소에서도 식사가 나오는 순간을 즐거워했던 것을 보면 말이다. (그는 감옥에 감금되어서도 자신이 잘 수 있는 침대와 화장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알란 칼손이 자신의 삶을 즐기고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작은 것에 가치를 두고, 또 작은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동시에 그는 용맹하여서 더 가지고 싶을 때는 가차 없이 자신이 누리던 것들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즉흥파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묘한 매력이 그 노인에게는 있었다. 

단언컨대 그는 그의 삶 매 순간 순간을 여유를 가지며 즐겼고, 최근에 OECD국가를 대상으로 자주 하는 행복지수 측정을 한다면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체크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다이나믹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각국의 수상이나 대통령은 다 만나고 다니는 알란 칼손의 인생이 재미있기도 했다. 그리고 스토리 라인이 워낙 개연성 있어서 긴 분량의 책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손에서 놓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책을 정말 찾고 싶었는데, 만나게 되어서 참 행복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 책은 나로 하여금 흥분하게 했고, 손에서 책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왜 사람들이 책을 좋아하는 지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사실 나는 책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이기에..^^) 이런 즐거움을 맛보게 해 준 이 책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작가님에게도^^

 

P.S.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영화도 다운 받아서 한 번 보았는데,, 영화보다는 책이 훠~~~~~~~얼씬 나은 것 같다. 영화에서는 생략된 사건들도 너무나 많고, 내 상상력에 비해 너무 보잘것 없이 묘사된 부분도 많아서..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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