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품 소개
사랑, 성, 죽음 등의 주제를 형상화해 온 김형경 작가의 에세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체험하고 느꼈던 바를 풀어 쓰며, 인간 내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사색하는 글을 담았다. 책은 기행수필의 방식이 아닌, 정신분석의 진행 방식을 따른다. '기본적인 감정들', '선택된 생존법들', '긍정적인 가치들' 의 크게 3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다.
작가는 혼자서 로마, 피렌체, 파리, 베이징 등의 여러 나라에 다니며 그 곳의 문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예술 등을 확인한다. 삶에 관한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한 권쯤은 책장에 소지하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 작품 감상
이 책은 작가의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지은이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보고 직접 체험한 일들을 인간 내면의 문제들과 연관지어 때로는 재밌게, 때로는 사색에 잠기게 만든다. 작품을 읽으며 어딘가에 적어 두고 싶은 말들이 많아서, 기록을 하며 읽었다. 작가의 모든 생각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단순히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이 정신분석학적으로 이렇게 해석될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삶의 작은 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주변 사람들과의 가벼운 마찰, 그리고 무의식 중에 하게 되는 생각들이 내가 억압하고 있는 나의 진정한 모습이라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두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나의 부정적인 면까지도 다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 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나에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 기억에 남는 구절
'화를 잘 낸다' 함은 분노를 느낄 때 그 감정의 근원을 빨리 알아차리고, 화가 났다는 사실을 적대감 없이 상대에게 표현하고, 그런 다음 그 감정을 넘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분노는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것임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분노의 본질에 대해 간결하고 명쾌한 정의가 하나 있다.
"5분 이상 화가 난다면 그것은 나의 문제다."
화를 잘 낸다 함은 어떠한 분노도 5분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63쪽)
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사랑이고 다음으로 중요한 감정이 분노라면, 그것들의 연장선상에서 세 번째로 주의 깊게 돌봐야 하는 감정은 우울증이라고 한다. ... 외부로 표출되지 못한 감정들이 내면으로 돌려져 자기 파괴, 우울증, 자살 등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니까 우울증은 돌아오지 않은 사랑, 잃어버린 대상에 대한 슬픔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70쪽)
이제 나는 누군가가 '겁이 많다', '무서운 것이 정말 싫다' 고 진저리치듯 이야기하면 속으로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이겠구나. 쉽게 화를 내지도 않겠구나, 그러나 내면에는 엄청난 양의 분노가 억압되어 있겠구나. 그 억압된 분노로 인해 서서히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겠구나... (105쪽)
중독은 의존성이 가장 심화, 극단화된 형태이다. 대상에 대한 의존이 너무 심해 그것이 없이는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없고 일상생활이 유지되지 않을 때, 그것을 중독이라고 한다. 중독의 심리적 근원에도 유년의 결핍이 있다. 애착의 대상이던 엄마를 잃은 아기, 엄마를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 사용할 수 없었던 아기, 엄마와 정서적인 교류와 공감을 나누지 못한 아기가 나중에 커서 중독에 취약한 정신을 갖게 되기 쉽다. (127쪽)
질투심의 심리적 배경에는 '사랑받는 자로서의 자신감 없음' 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139쪽)
이제 나는 인간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이해한다. 한 인간의 내면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댄서와 화가, 육식동물과 초식동물, 어둠이 밀려오는 밤바다를 지켜보면서 울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네팔을 여행할 수 있는 사람과 여행할 수 없는 사람... 이 모두 존재한다고. (173쪽)
콤플렉스는 부정적으로 발전할 뿐 아니라 긍정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이다. 정신생활에 필요한 요소로서 극복하거나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그것을 끌어안고 사랑해야 한다. 콤플렉스를 사랑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수치스러워하고 숨기려 했던 그것이 의식 안으로 통합되는 순간, 좀더 다양하고 풍성한 인격이 나오게 된다. 콤플렉스가 내 것이 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223쪽)
나르시스트들의 행동 특성은 신체를 드러내는 것(노출증), 권력 있는 지위에 스스로를 천거하는 것(자기 과신), 음식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을 먹는 것(자기 중심), 대가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커다란 호의를 구하는 것(특별 대우), 친구의 어려움을 보면서 웃는 것(공감 결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를 이용하는 것(대인 착취) 등이 있다. (238쪽)
자신에 대한 거짓 이미지를 깨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추악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인 채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건강하고 진정한 자기애이다. (240쪽)
자신의 긍정적인 속성을 거짓 겸손이나 우월감 없이 인정하며, 자신의 부정적인 속성을 열등감이나 자기 비하감 없이 시인하는 마음, 그것이 자기애와 자기 존중감 의 본질을 형성하는 태도이다. (255쪽)
연민은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전제로 한 감정이고, 동감은 객관적 태도를 잃고 상대방에게 휩쓸리기 쉬운 감정이다. 반면 공감은 중립적이고 비판단적인 태도로 상대방의 내면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는 것이라 한다. (332쪽)
용기 : 절망 속에서도 전진할 수 있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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